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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의 중심인 어머니..

2010-11-22 09:59:03, Hit : 1162

작성자 : 정은 연구소
어머니 마음이 편하면 집안이 산들바람처럼 살랑거리고, 어머니 마음이 편치 않으면 집안이 태풍처럼 몰아칩니다. 태풍이 안겨주는 아픈 상처들을 치유하려는 어머니들이 상담실에 찾아오십니다. 상담실 의자에 털썩 앉으신 어머니들의 시선이 먼먼 하늘 끝으로 뻗어나가고 있으면 어김없이 남편의 마음자리가 밖으로 떠돌고 있거나 감당할 수 없는 재정적인 문제로 막막함을 느끼고 있음을 예고합니다. 반면에 고개를 푹 숙이고 하염없는 눈길을 바닥에 꽂아두고 무언가 실마리를 찾으려는 모습을 보이는 어머니께서는 자녀들로 인하여 가슴이 파랗게 멍들어 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지나간 세월을 실속 없이 보냈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실제로 알 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그렇게 거울처럼  말갛게 드러나는 이야기들을 보게 됩니다.

‘어머니’라는 한마디는 언제 들어도 우리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합니다. 그 누가 되었건 한 생명의 탄생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어머니의 희생이 전제되기에 그렇습니다. 모든 생명은 어머니를 거쳐 이 세상에 나오는 것이니 우리 생명의 근원은 어머니라 할 수 있겠습니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이 세상에 왔듯이'(요한 1, 9) 가장 정성들여 우주의 생명력을 사랑으로 빚어 영롱한 아름다움의 빛을 안겨주는 어머니의 품이 바로 천국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늘 긴장해 있어요. 갇혀 있어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칠 수가 없어요.
언제나 혼자예요. 친구와 가까워져도 결국 버림받게 될 거니까..
그러면 더 비참하니까 제가 먼저 떠나 버려요. 떠나긴 싫은데...
결국 모든 사람에게 거부당할 거니까.
무관심. 소외감. 외로움.. 이런 것들이 저의 대명사예요.
왜 그랬을까요. 그때가 몇 살이었는지 아프고 피곤해서 울고 있었는데 왜 이렇게 귀찮게 구느냐고 엄마가 야단하셨어요. 얼마나 무안하고 수치스러웠는지. 엄마가 싫어하는구나! 나를.. 엄마 곁에 가면 안 되는구나. 나는 살고 싶은데. 사랑받으며, 인정받으며 엄마 곁에 머물고 싶은데..
동생이 태어난 후로 더 이상 어린애로 받아주지 않으며 밀쳐내니까 ‘동생 때문이다! 쟤만 없으면 모든 사랑이 내 차지인데..’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아무도 모르게 동생이 사라졌으면 하고 바라다가 저만큼 밀쳤었는데 그때 방으로 들어오시던 엄마가 ‘아니. 너. 왜..’ 기막혀하며 말도 잇지 못하면서 ‘다 자란 애가 세상에! 네가 지금 몇 살이냐’면서..  그때 그 목소리, 지금도 귀에 쟁쟁하게 남아 있어요. ‘너 때문에 걱정이다.’ 봐주지도 않으면서.. 내 생각도, 내 느낌도, 그러한 내 행동도 전혀 안중에 두지도 않으면서...
그래서 먹기만 하면 토했어요. 토해도, 토해도 챙겨주지 않아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다 학교 다니기 시작하면서 열심히 공부하면 엄마 곁에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웬 일로 100점 받아온 시험지를 내놓았는데 마침 옆집아줌마가 오니까 자랑을 하는 거예요. 정말 죽기 살기로 공부했을 거예요. 오로지 엄마의 눈길 하나 고파서였지만 소용없었어요. 거들떠보지도 않는 엄마를 왜 그렇게도 놓지 못하는 걸까요..

살아남기 위해서 결정했었던 눈물겨운 이야기들은 이미 그 어린 시절의 긴긴 터널을 벗어났음에도 그때 형성된 인생각본 안에서 뱅뱅 돌고 있는 결혼을 앞둔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저리도록 아픈 마음 밭을 짚어주지 못한 무심한 어머니를 생각하며 마음 서늘해질 때마다 위로해주는 남자친구와의 만남이었다고 합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염려하지 말라! 부모도 가족도 남이다!고 생각할 수 있으면 너는 살아남으리라고 정신과에서 강조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허전하다며 배고파합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한결같이 남이 나를 어찌 볼까,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스스로 관객이 되고, 또 주인공이 되면서 무대 위에서 오로지 저 한분의 눈길과, 저 한분의 마음 담긴 꽃 한송이에 대한 바람을 키워 온 삶이라 결혼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그녀에게 애써 당부합니다. 입안에서만 머뭇거리는 말마디와 더불어 잠자는 법, 눈뜨는 법, 걸음 걷는 법, 하루에도 열두 번 저 먼 하늘 보는 법까지 놓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해석하고, 이해시키면서 생각해봅니다. 어머니들의 진실한 사랑 하나가 자녀들을 성장시켜 온전한 받아들임과, 온전한 공감으로 사랑하는 이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을 키워 준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습니다. 제발 시어머니가 밉다고 시어머니 닮은 제 딸에게 그 감정을 투사하는 일들이 자신도 모르게 시작되지 않도록 살펴봐야겠습니다.
자녀들을 건강하고 당당하게 키우고 싶은 부모들이라면 철저한 준비와(preparation), 외부의 어떤 압력이나 자극에도 흔들림 없는 자기정화를 체험한 다음에(purification) 그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완성(perfection)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준비를 갖추는 것은, 수용적인 자세로 열려있는 것을 뜻합니다. 진리에 대한 열망과 갈증을 부추기기보다는 그들 스스로 의연함 속에서 창조하도록 격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화(浄化)는 섬세하고 잔잔한 양육 담당자가 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무게, 항상 짊어지고 있었던 짐들을 덜어내는 것을 뜻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내부를 지배해왔던 정서적 외상(trauma)으로부터 자유스러워짐을 뜻합니다. 우리가 깨끗하게 청소한 마음 밭에 영성체하듯이 말입니다. 완성은 통합을 의미합니다. 완성을 위해서 일체의 가식을 버리고, 내면의 거울에 묻은 먼지를 깨끗이 닦아낼 수 있을 때 완성은 저절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결국은 눈을 뜨는 작업이 필요할 것입니다.
내 부모에게 좋은 아들. 딸이었는가. 공정한 형제 자매관계를 위해 노력했는가. 다정한 배우자역할을 다 하고 있는가. 훌륭한 부모가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가.. 끊임없는 자문을 하는 바로 그 길 위에서 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찾고 구하여라, 그러면 지혜가 너에게 알려지리라.
지혜를 얻으면 놓치지 마라.
마침내 너는 지혜의 안식을 찾고
지혜는 너에게 기쁨이 되어 주리라.'(집회 6, 27~28)



어린시절 기억의편린들..
거울처럼 말갛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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